카운터포인트 / 차호지

홍제 2024. 7. 3. 21:43

 

 방금 총성이 들렸다고 아침 조깅을 즐기던 외국인이 말했다. 나는 해변에 넘어져 있다. 아직 개와 산책하는 주인도 없는 모래사장에. 없는 모서리에 걸려 넘어지는 척을 했는데 정말 넘어져버렸다. 파도치는 해변을 보고 파도가 밀려가고 밀려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밀려가고 밀려오는 걸 이해하지 못하면서. 여기 봐요. 무릎에 모래도 조개도 묻지 않았어요. 아까 깨진 유리를 발로 밟았는데 상처도 없어요. 밟히는 게 없었거든요. 느낌이 이상해서 신발을 벗었는데 여기 바닥에 아무것도 없어요. 모래사장에서. 그렇게 여기서 같이 걷기로 한 사람과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신기하다. 신기해서 같이 와보고 싶었어. 수화기 너머에서 그 사람은 춥다고 말했습니다. 감기에 걸렸느냐고 물으니 밖에 눈이 내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여름이고 그 사람과 나는 같은 호텔에 묵고 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의 거짓말이 속상해 울었습니다. 그 사람은 나를 달랩니다. 그렇지만 눈이 오고 있는데 눈이 오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이잖아. 그렇지. 눈이 오지 않는데 오고 있다고 말하면 그것도 거짓말이지. 그렇게 통화가 끝나고 우리는 왜 언제나 이럴까 왜 만날 수 없을까 골똘히 생각하며 걷다가 외국인을 만나고 외국인에게 말하고 외국인은 이해하지 못한다. 총성을 듣고 생각이 났다. 우리는 반대 방향으로 발사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