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
오두막에서 / 이근화 본문
그곳에서 우리는 사랑을 나누었네
팔과 다리가 없는 사랑
끝없이 일어서는 사랑
오두막이었네
그곳에서 우리는 버려진 것들을 주웠네
잘 자라는 풀처럼
얼굴이 없었네
입술이 없었네
그래서 가능한 한 오래 사랑을 나누었네
오두막은 밤과 낮이 없고
창문과 어둠이 없고
사랑만 뿌리처럼 굳건했네
있을 수 없는 일
내 것이 아닌 몸
그런 순간에 사랑은 점점 더 커지고
온도가 없는 사랑
불평이 없는 사랑
없는 손을 모으고
없는 입술로 중얼거리는
사랑을 더 깊이 더 오래 흉내 냈네
마음속에 우글거리는 사랑이
나를 잡아먹고
나를 낳았네 끝없는 사랑을 나누었네
우리가 오두막에서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 / 김행숙 (0) | 2023.06.16 |
---|---|
빈 화분에 물 주기 / 이근화 (0) | 2023.06.11 |
고백 기념관 / 황병승 (0) | 2023.06.11 |
合 / 안태운 (0) | 2023.06.11 |
금언기 / 김안 (0) | 2023.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