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홍제

토요일 / 홍지호 본문

토요일 / 홍지호

홍제 2023. 10. 29. 23:04

 친구야 너는 육손이였지

 친구들에게

 여섯번째 손가락이 있던 자리를 보여줄 때

 나는 너의 흉터가 부러웠어 친구들의 눈동자와

 여섯번째 상상력과

 

 기차를 타면 자꾸만 풍경이 지나갔지

 풍경은 한 번도 지나간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귀밑에서 손가락이 만져졌지

 

 친구야 너는 토요일에 죽었지

 다른 친구들의 눈동자가

 너의 사인(死因)을 자살이라고 적을 때

 나는 추락사라고 쓰고 있다

 

 어떤 책에는 신이 인간을

 여섯번째 날에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어

 여섯번째 날에 태어난 사람들이 자꾸 돌아다닌다

 지나가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신의 손가락 개수가 궁금했었어

 그건 쓰여 있지 않아서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육손이였으면 좋겠다

 여섯번째 날에 세어볼 수 있게

 

 너처럼 잘라버렸다면

 상상으로라도 아플 수 있게

 

 네가 잘라버린 손가락을 무의미라고 부를 때

 나는 말해주지 못했다

 무의미는

 무의미한가

 

 친구야 오늘은 토요일이야

 너는 토요일을 셀 수 있었지

 내일은 무의미한 예배를 드리자

 

 귀밑에서 자꾸 의심이 자란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처럼 / 한여진  (0) 2023.10.30
파동 / 홍지호  (0) 2023.10.29
월요일 / 홍지호  (1) 2023.10.29
12월 / 박상수  (0) 2023.10.26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 이수명  (0) 202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