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
토요일 / 홍지호 본문
친구야 너는 육손이였지
친구들에게
여섯번째 손가락이 있던 자리를 보여줄 때
나는 너의 흉터가 부러웠어 친구들의 눈동자와
여섯번째 상상력과
기차를 타면 자꾸만 풍경이 지나갔지
풍경은 한 번도 지나간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귀밑에서 손가락이 만져졌지
친구야 너는 토요일에 죽었지
다른 친구들의 눈동자가
너의 사인(死因)을 자살이라고 적을 때
나는 추락사라고 쓰고 있다
어떤 책에는 신이 인간을
여섯번째 날에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어
여섯번째 날에 태어난 사람들이 자꾸 돌아다닌다
지나가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신의 손가락 개수가 궁금했었어
그건 쓰여 있지 않아서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육손이였으면 좋겠다
여섯번째 날에 세어볼 수 있게
너처럼 잘라버렸다면
상상으로라도 아플 수 있게
네가 잘라버린 손가락을 무의미라고 부를 때
나는 말해주지 못했다
무의미는
무의미한가
친구야 오늘은 토요일이야
너는 토요일을 셀 수 있었지
내일은 무의미한 예배를 드리자
귀밑에서 자꾸 의심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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