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
단골 / 조해주 본문
내가 다니는 회사는 종로에 있고
근처에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나는 단골이 되고 싶지 않아서
어떤 날은 안경을 쓰고
어떤 날은 이마를 훤히 드러내고
어떤 날은 혼자 어떤 날은 둘이
어떤 날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다가 나오는데
어떻게
차갑게,
맞지요?
주인은 어느날 내게 말을 건다
커피를 받아들고 나는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나
저어서 드세요,
빨대의 끝이 좌우로 움직이고
덜컥 문이 잠기듯
컵 안에 든 얼음의 위치가 조금 어긋난다
주인은
내가 다니는 회사 맨 꼭대기 층에 지인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 김지현이라고 아나요?
나는 그런 이름이 너무 많다고 대답한다
그렇구나,
주인은 얼음을 깨물어 먹고
설탕처럼 쏟아지는 창밖의 불빛들
참, 내일은
어떻게 하면 처음 온 사람처럼 보일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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