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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

마치 / 이수명 본문

마치 / 이수명

홍제 2023. 1. 31. 16:40

내 마음이 죽은 잎들을 뒤집어쓰고

마치

죽은 잎들이 서 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구나 꿈속에서 처음 보는 접시를 닦고 있구나 접시를 아무리

가지런히 놓아도

마치

죽은 잎들이 땅을 덮으리

죽은 잎들이 땅을 온통 덮으리

그러면 실시간

그러면 거리에는

마치

어디서부터 온 건지 알 수 없는 알록달록한 숄들이 늘어서고

숄을 걸친 어깨들이

마치

다른 요일로 건너가고 있구나

다른 입김을 내뿜으며 돌아다니고 있구나

마치

흘러넘치듯이

끝없이 부풀어 오르듯이

그러면 나는 마치 꿈꾸고 난 후처럼

하얀 양들을 보러 가요

양 떼들이 별안간 걸어 나오는 것을 보러 가요

마치

여기를 묻어버려요

여기가 떠내려가요

내 마음이 죽은 잎들을 뒤집어쓰고

 

죽은 잎들이 땅을 덮으리

죽은 잎들이 땅을 온통 덮으리

마치

꿈꾸고 난 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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