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의 작은 상처들* / 양안다

홍제 2023. 3. 9. 23:33

  찔렀어.

  내가 나를.

  네가 너를.

  우리가 해낸 것들을 봐.

  기뻐. 우리의 작품이다.

  결연해졌어.

  가만히 보다가.

  나를 찌른 나를.

  너를 찌른 너를.

  속을 게워내고 나니

  개수대가 막혔다.

  한심하다고요? 잘 안 들려요.

  나는 물때 낀 변기를 닦고

  타일 사이사이를 폐칫솔로 문지르고......

  나와 다른 출혈로 너는 가만히 있는다.

  우리 작품을 완성하려고.

  찔렀어.

  네가 흘린 체리코크 몇 방울이

  핏방울과 몸을 섞고 있다.

  문지르면

  흰 거품이 일어나고.

  우리는 각자의 변명으로 숨이 벅차다.

  누군가는 침대보를 갈아야 하는데.

 

 

 

*  Frida Kahlo, <A Few Small Ni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