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아 / 진은영

홍제 2023. 3. 22. 13:34

  그는 나를 달콤하게 그려놓았다

  뜨거운 아스팔트에 떨어진 아이스크림

  나는 녹기 시작하지만 아직

  누구의 부드러운 혀끝에도 닿지 못했다

 

  그는 늘 나 때문에 슬퍼한다

  모래사막에 나를 그려놓고 나서

  자신이 그린 것이 물고기였음을 기억한다

  사막을 지나는 바람을 불러다

  그는 나를 지워준다

 

  그는 정말로 낙관주의자다

  내가 바다로 갔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