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전진

홍제 2023. 3. 26. 13:21

목욕탕 가는 길 아파트 단지 안에서. 피기 시작한 꽃들 너무 예쁘고 산책하기 좋은 봄밤의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어제 신촌에서의 마지막 수업을 듣고 수강생 한 명과 함께 담배를 피우며 수업에 대한 소감과 6주의 과정이 끝났다는 아쉬움과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짧은 대화를 나눴다. 경비아저씨가 여기가 아니라 저기서 피워야 한다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켜서 네 알겠습니다 하고 자리를 옮겼다. 연락처를 주고받았는데 우리는 서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그건 모르겠고 다만 요즘 드는 생각이라면 내가 정말로 어딘가로 이동하고 옮겨가고 전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 어디로? 잘 모르겠지만 여기가 아니라 저기로. 그렇게 도착한 그곳에서 다시 조금 더 멀리 있는 다른 어딘가로. 그리움과 아쉬움과 보고 싶음은 정말로 그리움과 아쉬움과 보고 싶음으로 남겨두고서 전진. 막 피어올라 4월로 전진하기 시작한 꽃들처럼. 그래서 함께 올리는 이준규의 시 전진의 마지막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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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를 밀고
새소리를 밀고
당신을 밀고
그대를 밀고
구름을 밀고
해를 밀고
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