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 장승리

홍제 2023. 2. 1. 13:56

  잘 지내냐고 묻지 마세요

  기회가 되면 보자는

  바늘구멍 같은 말도 이제 그만

  낙타의 앞발을 개 대신 핥고 싶어요

  뒷발에 수갑이 채워진 채로

  웃고 있는 꿈속의 개처럼 등으로

  당신 등을 내려가고 싶을 뿐

  베일과 베일 안쪽 풍경이

  분리되지 않는 곳에서

  신기루에 깃발을 꽂는 일이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 묻지 마세요

  멈출 수 없으니까

  눈부시니까

  백열등 아래에서 나는

  양산을 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