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포기의 각서 / 류진
여름이 되겠다고 딱딱해진 가로수가
녹말이 되겠다고 녹는다 여름이 되겠다고 내가
목말이 되겠다고 눕는다 잘린 풀 비린내에 파묻혀
몇 번을 생각했다 몇 번을 생각해도
좋은 일이다 마음을 접는 일이란
은행이 장갑을 벗는다 초록을 그만 포기하려고
박살난 빗물을 주워 맞추려고
은행잎은 허둥지둥 뒹군다
여름이 되겠다고 눕는다 준비하시고
쏘세요! 가슴에서 파란 피가 떠난다
불리는 중국인, 그래 나다 그것은 말뚝에 묶여 있다
그것은 메아리를 던지고 있다 멀리
못 비운 요강 같은 것이나 생각하고 있다 못 배운
위로 같은 것이나 세워 보고 있다
"대령,
멀리 가서 보는 일이 두렵습니다"
소리와 배변이 끝장일 때
하루가 끝난다 더 이상 닦아낼 발이 없을 때
나라는 시체와 눕는다
구름이 와장창 깨져 어깨에 박힌다
박살난 마음을 주워 맞추려고
가슴에 화살나무가 자란다 그것은 어제라는 습관이 쏘았다
화살나무로 이루어진 침묵
나는 그것을 두 번 짓밟는다 코를 꿰매는 여뀌풀 냄새
나는 그것을 두 번 짓밟는다
다행히도 여름다웠다
숨 참는 잠수함 소리, 이시시 웃는 재봉틀 소리
떨어지는 잎들, 그 합창에 묻은 침묵
나는 그것을 두 번 짓밟는다
나를 쏘는 소리에 몰입하지 않는다 너희가 휘두른 짱깨새끼
쪽바리새끼 너희의 네오나치
나라는 아리베데르치
그것은 말뚝에 묶여 있다
탱자의 빛이 잿불에 모여 있다
나는 불쑥 이웃과 살벌했다 나는 불씨와 이웃해
살 뻔했다 은총과 온전히
고백했고
간병했고
결별했다 대포
포말 좋은 말이다
침략을 되풀이하는 목말이다 여름의 향나무는 공작의 깃발을 모두 펼쳐
마음을 접는다 거참
저기 포로처럼 굳어 가는구나 탱자가
잘 봐라 빛의 똬리
잘 들어라 둥근 음성 그것은 말뚝에 묶여 있다
"도대체 왜 어째서 흘러가는지 겨울"
"그것을 제가 대령했습니다" 여울
내게로 흐르는 물을 내가 끝낸다 가슴에서
파란 피가 떠난다
그것은 말뚝에 묶여 있다 준비하시고
쏘세요! 상기와 같이 본인은 약속한 기한까지 채무를 변제하지 못했기에
계약에 따라 담보물로 설정된 주요 장기를 비롯한 신체 전부에 대한 권리를 양도하며 이를 확인하여 분란의 여지를 없애고자 이 각서를 작성합니다 으아리
벗겨진 메아리
시월 칠일의 서리병아리
소유하지 않겠습니다
기필코 포기하겠습니다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