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 오은

홍제 2023. 4. 18. 13:38

  괄호를 열고

  비밀을 적고

  괄호를 닫고

 

  비밀은 잠재적으로 봉인되었다

 

  정작 우리는

  괄호 밖에 서 있었다

 

  비밀스럽지만 비밀하지는 않은

 

  들키기는 싫지만

  인정은 받고 싶은

 

  괄호는 안을 껴안고

  괄호는 바깥에 등을 돌리고

  어떻게든 맞붙어 원이 되려고 하고

 

  괄호 안에 있는 것들은

  숨이 턱턱 막히고

 

  괄호 밖 그림자는

  서성이다가

  꿈틀대다가

  출렁대다가

 

  꾸역꾸역 괄호 안으로 스며들고

 

  우리는

  스스로 비밀이 되었지만

  서로를 숨겨주기에는

  너무 가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