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야간비행 / 김선오
홍제
2023. 4. 23. 23:01
나는 저 인공의 빛들이 너무 아름다워
비행기 창가에 앉은 네가 말했다
새벽의 비행은 적요하고 모두 잠들어 있어
우리 어디로 가는 걸까
이 여행을 왜 시작했을까
물어도 너는 여전히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제 곧 차오르는 햇빛이 이 모든
인공의 빛들을 지울 거야
너는 창밖의 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출렁이는 비행기가 우리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
별은 우리를 지우지 않는구나
햇빛처럼, 다른 빛을 지우지 않고도 빛으로 남아 있구나
밤하늘은 너와 나의 발밑에 가득 차 있고
이제 곧 동이 틀 거래
옆얼굴이 빛으로 붉게 물들어도
잊지 않을게
지상에 두고 왔다고 생각할게
너는 이미 빛이어서
동이 트면 사라지는 거지?
해에게 졌지?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줄게
승객들의 숨소리가 희미해질 때
왜 나는 네가 희미해진 것처럼 멈춰 있을까
목적지가 더 멀면 좋겠다고 생각했을까
충분히 긴 밤이었는데
아침이 오지 않길 기도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