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양화답설 / 조용우
홍제
2023. 4. 23. 23:48
한강공원으로 가다 말고
샛길을 따라 걷는다 여기서는 강이 보이지 않고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가 있다;
이 은행나무는 수령이 600년 가량으로 추정되며 조선조 마을의 당산나무로 모셔졌다. 나무 안에는 귀가 달린 흰 뱀이 산다 여겨져 (......) 신령이 외적들의 꿈에 나타나 그들의 고향 땅이 하룻밤 사이 모래 폭풍에 파묻히는 모습을 해가 뜰 때까지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깨어나 무릎을 꿇고 통곡을 하다 무기를 버리고 달아나는 어린 남자들과
치성을 드리고 또 안도하며 나무에 절을 올리는 마을 사람들을 생각하다가
정여립과 그의 대동계가 강물이 언 틈을 타
한강을 건너 서울을 치려는 역모를 꾀하고 있으니 속히 잡아들여 국문에 처해야 한다
아뢰는 신하들의 저의는 무엇이었나 대동계는 정말 강이 얼기를 기다리며 대동사회를 꿈꾸었던가 한편
당시 관료들이 하는 일 중 하나는 시문을 짓는 일이었다 이름난 문장가 몇몇은 얼어붙은 양화진
하얀 모래밭 위로 쌓여 가는 눈, 그 위를 걸어가는 정경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라고 한다 어쨌든 그들 또한 나름대로 영혼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다
생령과 신목을 두려워하듯이
게걸스럽게
그런 것이 시냐 아니냐는 중요치 않다 나는
사람들이 없는 길을 걷고 싶었다
사람들은
공원 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깔거나 간이 의자를 폈다
거기 앉아 강을 바라보는 일이 집에 있는 것보다 시원하다는 듯이
단지 그것을 위해서
더운 날에도 공원에는 사람이 많았다
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