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유령의 시 / 김개미
홍제
2023. 5. 2. 15:59
내가 알 것 같은 사람이 아니라
나를 알 것 같은 사람들을 따라다녔다
밤을 새우는 그들 옆에서
밤을 새우길 좋아했다
그들이 나 대신 외로워해줘서
위로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때도 나는
모이길 꺼렸다
아는 얼굴끼리 모인 것을
선한 역사처럼 떠벌리는 소리 때문에
사람이 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그건 소리치고 싶어서였다
나를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만난 줄 모르지만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 얻은 결론은
강한 사람은 없다는 것
별일 없는 사람만 있을 뿐이라는 것
나는 종종
태어난 계곡에 가서 울었다
총알같이 다니는 고기들과
지느러미를 흔드는 개암과
굵고 각진 모래와 까맣게 변한 젖은 낙엽을 보며
며칠씩 앉아 있곤 했다
한때 나는 유령이었다
가까이에서 아무도 죽지 않았고
아무도 결혼하지 않았다
그때 나의 부끄러움은 냄새뿐이었다
다른 건 다 감출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