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에서 / 이근화

홍제 2023. 6. 11. 16:24

  그곳에서 우리는 사랑을 나누었네

  팔과 다리가 없는 사랑

  끝없이 일어서는 사랑

  오두막이었네

  그곳에서 우리는 버려진 것들을 주웠네

  잘 자라는 풀처럼

  얼굴이 없었네

  입술이 없었네

  그래서 가능한 한 오래 사랑을 나누었네

  오두막은 밤과 낮이 없고

  창문과 어둠이 없고

  사랑만 뿌리처럼 굳건했네

  있을 수 없는 일

  내 것이 아닌 몸

  그런 순간에 사랑은 점점 더 커지고

  온도가 없는 사랑

  불평이 없는 사랑

  없는 손을 모으고

  없는 입술로 중얼거리는

  사랑을 더 깊이 더 오래 흉내 냈네

  마음속에 우글거리는 사랑이

  나를 잡아먹고

  나를 낳았네 끝없는 사랑을 나누었네

  우리가 오두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