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받아쓰기 / 황인찬
홍제
2023. 6. 23. 09:58
바다 쓰기가 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이거 삼십 년 전 필름인데 인화할 수 있나요?"
"뽑아봐야 알 것 같은데요"
사진관에 앉아 기다리는데 그런 말이 들려왔다
나는 바다를 쓰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지만
"이 사람 멋있네요"
"죽었어요"
겨울 바다는 너무 적막해서 아무것도 받아 적을 말이 없었다 바닷바람은 자꾸 뭐라고 떠드는데 이해할 수 없었고
받아쓰기요
받아쓰기
매년 바다가 넓어진다고 했다
"이 사람은 누구 동생인데 죽었어요"
나는 흰 벽을 뒤로 두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턱을 당기세요 이쪽을 보세요 미소, 아주 조금만요
지시를 따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는 죽은 사람이 웃고 있으면 너무 이상해"
터지는 소리가 나고
빛이 보이고
화면 위로 보이는 얼굴은 모르는 사람
바다를 어떻게 써요
왜 쓰는데요
바닷가에서 그런 말을 들은 것 같았다
겨울 바다 위를 물새들이 돌고 있었고
"조금 돌아갔어요 이 사진은 안 되겠는데요"
그런 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