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을에 만나요 / 이장욱
홍제
2023. 6. 27. 16:42
오늘은 인형처럼 걸어다녔다
광화문에서는 관절이 부드럽게 회전하였다
종로에서는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나의 완성을 모두가 용서하였다
견고한 삶이 시작되자
나는 무한히 순결하였다
벌거벗는 것은 좋아
매우 아름다운 것도 좋지
나는 남의 사생활을 금방 잊을 수 있다
나는 어떤 편향도 없다
무슨 말인가 흘러나오려는 순간에
조용히 멈출 수 있다
사랑을 위해 옷을 갈아입었지만
혜화동의 가을은 정기적으로 흘러가고
생각은 플라스틱처럼 휘어졌다
네거리에서 좌회전하여 편의점이 보이자
나는 정지하여 당신을 기다렸다
드디어 당신의 미소를 느끼며
나는 전진하였다
당신을 향해
한 발 한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