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네가 잠든 동안 / 김이강
홍제
2023. 8. 9. 09:32
드문드문 너를 보는 일
그리워하는 일
유행이 지난 일
모두가 퇴근한 신문사 빌딩의 한 구석에서 너는 신문을 오려 붙이고 있었지만
그것은 취미가 아니라 밥벌이라고 말했던 일 신기하게도
스탠드 빛이 너의 구역 내에만 머물던 일
아직도 그런 일이 밥벌이가 되느냐 묻자
신기하게도 아직은 그렇다고 말하던 일
너의 큰 키를 아름답게 여긴 적이 없지만
너는 키가 더 자랄 것 같았고
좁은 구역에 쏟아지는 조명이 뜨거워 보이기도 했는데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묻지 않았지
그 뜨겁고 차가운 것들 안에 머물 수 있는 것을
너는 읽다 만 책을 펼친 채로 엎어두고
그 옆에서 엎드린 채 잠이 들어
내가 오는 줄도 가는 줄도 모르고
시계가 고장 난 것도 모르고
세상이 끝난 것도 모르고
엎드린 채로 영영 자라고 있다
너는 길게 구부러진 마디들이 되고
공룡의 뼈처럼 거대해지고
규칙적으로 호흡하며 성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엎드린 채로
네가 잠든 동안
네가 잠든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