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 안미옥

홍제 2023. 8. 28. 09:10

  여름이 전부 오기 전에

  생각한다

  지난 여름에 대해

 

  이제 지나갔다고

 

  여름을 잘 아는 사람들에겐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다

  

  열린 문틈을 보며

  무엇을 견뎌야 했는지

 

  땀방울이 바닥을 뚫거나

  햇볕이 정수리로 내리쬐거나

 

  여름은 사라진 적 없이

  여름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장마에 떠내려간 모자처럼

  이제 다 끝났다는 얼굴들

 

  얼음이 녹기 전에

  딱딱 깨물었다

 

  이번 여름은 정말 미쳤어

  여름이 미쳤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날벌레가 작게 찢어졌다

  가로로 세로로

 

  나는 미친 사람처럼

  묻고 또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