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 / 김영미

홍제 2023. 9. 10. 21:31

 마당 그네에 앉아 다리를 흔든다

 

 다리를 흔들 때마다 그네가 간지럽고 간지러움처럼

 구름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먼 산에서 시작한 비가 가까운 산으로 온다

 천변으로 온다 멀리서 가까이로 비가 다가온다

 담 너머까지 도착한다

 

 그네 앞까지 오면 얼른 뛰어가야지

 손을 머리에 얹고 찰박거리며 도망가야지

 

 하지만 비는 담 너머에서부터 더 다가오지 않는다

 

 이상한 비야

 

 힘껏 구르면 발끝이 젖을 것도 같지만

 비의 세계에 닿을 것도 같지만

 비와 나는 마주보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