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 박상수

홍제 2023. 10. 26. 14:52

 강아지야 강아지야, 망토를 둘러줄게 내게 눈길 주지 않은 그 사람의 심장을 훔쳐와

 

 난 머플러로 얼굴을 가리고 이 겨울을 견뎌, 이렇게 입김 가득한 날 사람들은 어디서 차를 마실까 호탄, 호탄이라는 도시에 열차는 도착해, 거기서 메리메리크리스마스 티를 살 거야 시나몬과 사과향이 너무 강해서 당분간 코가 막힐 염려는 없다는구나, 누구나 이 겨울을 안고 걸어갈 거야, 핸드 드립의 커피 향을 찾아 걸어가는 걸까? 하루종일, 엽서북을 사서 나를 기억하는 모두에게, 올겨울은 타코야키 미니 트럭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라고, 이 겨울의 마지막 밤엔 우리 세팅 놀이를 하자, 팝업북을 펼쳐놓고 물위에 향초를 켜놓고 잔을 부딪치는 거야, 맨날 이런 생각만 해서 친구가 없는 건가봐, 여름내 재봉틀을 돌렸고 손뜨개 모자를 열 개나 완성했고 아침엔 구세군 냄비에 넣고 왔는데 박수를 받진 못했어, 캡슐에 담긴 시계들이 흔들려, 또 어떤 날엔 아트 카를 타고 얼굴도 없는 겨울이 지나가, 없는 것이 구원인 날들을 견디며, 깊이 내려가면 잠길까봐 피카피카 날들을 건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