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니까 / 오션 브엉

홍제 2023. 11. 26. 23:21

 밤 9시 넌 멍든 채 네 자전거를 타고

 공원으로 가지 단풍나무들에 비닐봉지가 걸려 있고

 옥수수 밭을 깔끔히 밀며 다져진 몸은 근육질이고

 넌 이제 막 어디 간다고 거짓말을 했지

 이름조차 지어내지 않은 여자애를 

 만난다고 하지만 그 남자는 널 기다려

 텅 빈 야구장 더그아웃에서

 담뱃재와 버려진 콘돔 포장지와 함께

 그는 널 기다려 끈적이는 손바닥과 민트 향

 나는 숨결과 싸구려 머리 스타일과

 누나의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젖은 풀에서 오줌 냄새가 올라와

 6월이긴 하지 그리고 넌 적어도

 9월까지는 앳되지 그 남자는 사진과

 달라 보이지만 괜찮아 왜냐면

 넌 나오기 전에 엄마 볼에 뽀뽀하고

 무려 여기까지 왔으니까 왜냐면

 열린 바지 지퍼의 어두운 틈새는 얇은

 비명을 지르기에 적당하니까

 거기에 네 입을 심어서

 새들이 물을 치는

 소리를 들으려고 고무줄이

 튕기는 소리 네 개의 손이 점점

 수십 개로 변하고: 넌 욕망의 벌떼를

 신부의 면사포처럼 쓰지만 그럴

 자격이 없지: 이 젊은 남자와

 그의 외로움을 가지려 해도

 그가 너를 아름답다고 여기는 건 네가

 거울이 아니니까 네가 버릴 수 있는

 얼굴들이 많지 않으니까 넌 여기까지

 왔어 아무도 아니기 위해 그리고 6월이야

 적어도 아침까지는 넌 아직 젊어 유행가가

 어느 죽은 아이의 방에서 흐르기 전까지는 물이

 여름의 모든 모퉁이에서 흘러넘치고 너는 말해주고

 싶어 괜찮아 밤 또한 우리가 기어 나와야 하는

 묘지이지만 그는 이미

 칼라를 정리하고 있어 옥수수밭은 비료가

 김을 모락모락 피우는 잔인함이지 넌

 목에 립스틱을 문지르고 떨리는 손으로 옷을

 서둘러 입으며 말하지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왜냐면 용서해주세요의 용법을 아직

 배우지 않았고 그건 모르는 사람이

 여름에서 잠시 나와서 너에게

 한 시간의 삶을 더 줄 때

 하는 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