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개명 / 변혜지
홍제
2023. 11. 26. 23:41
우리의 재회를 기념하기 위한 여행이었다.
1인용 침대가 나란히 놓인 바닷가 호텔에 누워 너는 꿈 이야기를 했다.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는 문밖의 사람들과 문이 없는 집에 대하여. 돌아가면서 집을 지키기로 했던 우리들의 약속에 대하여.
몸을 빼앗은 귀신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귀신의 진명眞名을 세 번 불러야 한다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어.
개명한 친구는 내가 옛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게 너의 진심이야? 그렇게 물었지.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는 룸서비스를 시켜 점심을 먹고,
바지도 입지 않은 채 책을 읽는다. 작년보다 물가가 올랐으나 누군가 누군가를 다치게 했다는 소식으로부터
안전한 여행이었다.
그런데도
혜지야,
다정한 목소리로 네가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왜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인지
작은 지혜로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