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들

그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고, 그는 나를 두 번 치고 다시 두 번 쳤다

홍제 2024. 2. 7. 23:26

 

 나는 그 늙은 남자 앞에 섰다.

 그는 간신히 나를 알아채는 것 같았다.

 내가 말했다. "내가 알마예요."


 

 바로 그때 그녀를 보았다. 마음이 갈 길을 일러준다고 해서 정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느냐는 건 참 기이한 일이다. 그녀는 내가 기억하던 모습과 달랐다. 그런데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두 눈은 내가 그녀를 알아볼 수 있는 수단이었다. 이렇게 천사를 보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마. 내가 가장 사랑하던 나이에 머물러 있다니!

 나는 물었다. "알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름인데, 꼬마 아가씨가 어떻게 알지?"


 

 내가 말했다. "내 이름은 『사랑의 역사』라는 책에 나오는 모든 여자애의 이름을 따서 지은 거예요."


 

 내가 말했다. "내가 그 책을 썼지." 


 

 "아, 전 진담이에요. 그건 진짜 책이라고요." 내가 말했다.


 

 내가 얼른 말을 이었다. "나도 진담이란다."


.

.

 

 이제 나는 그동안 틀린 사람을 찾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남자의 눈에서 사랑에 빠진 열 살 소년을 찾아보았다.

 내가 물었다. "알마라는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나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떨렸다. 나는 그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다시 물었다. "알마라는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나요?" 

 그는 손을 뻗어서 내 팔을 두 번 쳤다. 그가 뭔가를 말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뭔지는 몰랐다.

 내가 물었다. "미국으로 떠난 알마 메레민스키라는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나요?"

 그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고, 그는 나를 두 번 치고 다시 두 번 쳤다.

 내가 물었다. "당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아들의 이름이 아이작 모리츠인가요?"


 

 가슴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너무 오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조금 더 있는다고 해서 죽지는 않을 거야. 그녀의 이름을 크게 말하고 싶었다. 그 이름을 말하면 즐거워질 것이다. 어떤 면에서 그녀에게 이름을 준 것이 바로 내 사랑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는 말할 수 없었다. 잘못된 문장을 선택할까 봐 두려웠다. 그 아이가 "당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아들"이라고 말했을 때 그 아이를 두 번 쳤다. 그리고 두 번 더. 그 아이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다른 손으로 그 아이를 두 번 쳤다. 그 아이가 내 손가락들을 움켜쥐었다. 나는 그 아이를 두 번 쳤다. 그 아이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나는 그 아이를 두 번 쳤다. 그 아이가 한 팔로 나를 감쌌다. 나는 그 아이를 두 번 쳤다. 그 아이가 두 팔로 나를 안았다. 나는 더 이상 치지 않았다.

 "알마." 내가 말했다.

 소녀가 말했다. "네."

 "알마." 내가 다시 말했다. 

 소녀가 말했다. "네."

 "알마." 내가 말했다.

 소녀가 나를 두 번 쳤다.

 

 

 

니콜 크라우스, 『사랑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