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들목 / 오병량
홍제
2024. 7. 3. 21:49
갈피라는 말, 소매를 걷는 여자의 손목에서 본다
들머리에 닿은 흔적에는 변심한 애인의 입술 자국
얼핏 보았다 한 사람을 두 번 사랑하려고 그은
중앙선이 붉다 그 어름에 바리케이드
물결 같다 물살을 떠미는 구릉 같은
비가 왔나요? 하필 오늘 같은 날
여우비다 마스카라가 번져 눈빛을 올린다
그녀, 와이퍼가 닿지 않은 창으로
더러운 햇살을 쬐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이 노래 나도 알아요!
신호를 놓쳤다 나를 알아요? 잘못 들어서
두고 온 우산 생각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어요 배관을 살펴본다고
수도세가 많이 나오는 전셋집, 주인은 전화를 받지 않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모르겠다, 구멍난 우산을 누구에게 선물받았는지도
나는 여자가 바라보는 물가를 한없이 동요해본다
고장을 염려하는 집주인의 심정으로
배관공의 시선으로 다시, 젖어가는 하늘
끝없이 기다리는 것이 버거워서
큰일은 아니겠지요? 묻는
옛 애인의 축가를 부탁받은 여자 옆에서
신호를 지키고 있다 혀끝을 말아올린 경적 소리
눈을 꼭 감고 보니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 이 모든 범람 앞에서
물살이 가문 자리 그 붉은 손목에게
괜찮을 겁니다 목숨이 내릴 겁니다
창틈으로 웅얼웅얼 밀려오는 것들을 말하면서
비로소 건강해지는 피의 일을 나는 한다
흐르는 물은 평등한 누수
건강한 빛을 나는 안다
손목을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