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 성동혁

홍제 2023. 1. 31. 15:34

 연필을 깎을 땐

 숲이 슬피

 우는 소리가 들린다

 촛불만 봐도

 아이 현란해, 방으로 들어가는

 촌스러운 아가씨를

 밤은 쓰다듬어 준다

 달까지 가지를 뻗는 나무

 그것은 구름의 다른 말

 하얀 나무를 볼 때면

 하늘에도 숲이 있다고 믿었다

 눈이 쌓인 당신의 방 앞

 마당에 세워 둔 그릇 가득

 눈이 쌓일 때

 나의 따뜻한 여인아

 바쳐 드릴게요 이젠 잊고, 마시오

 서로를 외롭게 바라보고

 그리워도 연필을 깎지 말고

 아이들과 누워

 작고 희귀한 질문에 대답해 주시오

 연필을 깎을 땐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해 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