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신는 일 / 이장욱

홍제 2023. 2. 13. 14:37

  나에게는 햇빛을 가리던 손차양과

  손등에 고였다가 사라진 햇빛 같은 것이 있었는데

 

  손가락을 신발 뒤축에 넣어 잘 신고

  발끝을 탁탁 바닥에 부딪쳐도 보고

  제대로 신었구나,

  생각하는 것인데

 

  아직 신발 속에 무엇이 있다.

  자꾸 커지는 무엇이.

  나와 함께 이동하는

  내가 아닌

  전 세계를 콕콕

  찌르는

 

  뾰족한 돌인가? 죽은 친구일 거야. 적이다. 아니

  내가 한 말인가.

 

  우리는 함께 걸어 다녔다.

  그것은 이물질이었다가

  나의 주인이었다가

  차가운 생활이 되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자고 잘 걸어 다니고 낯선 사람들을 만났는데 드디어

  손가락을 들어 어디를 가리켰다. 목적지인가? 옛사랑인가? 오늘의 약속이라든가 사망시각

  어쩌면

  한 걸음 떨어진 곳

 

  나는 그리로 걸어갔다.

  그런데 왜 당신은 다리를 저십니까?

  길에서 누가 물어왔다.

  그의 눈과 코와 입이 영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