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전진 / 이준규
홍제
2023. 2. 14. 10:12
전진
한숨을 우측으로 몰아내고
전진
밥이 다 되었다
물소리 요란하다
책을 조용히 덮고
고양이가 운다
명사를 이용하고 조사를 멀리하라
수달의 수다를 샅샅이 펼쳐라
하얀 말을 수입하고 검은 말을 수출하라
습성 늑막염에 태양의 찌꺼기를!
훔쳐온 태양의 그토록 많은 그늘
그가 늘 보여주는 얼룩과 자국과 눈과 비와
혀 스친 자리와 그 자리에 내리는 햇빛과
다른 빛과 허리의 살집과 살아야 할 날들과
날틀 없이 전진
밥을 주세요
미역국에 말아먹겠어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
토사구팽은 상식이다
움직이는 두 개의 둥근 달
종이를 밀고
새소리를 밀고
당신을 밀고
그대를 밀고
구름을 밀고
해를 밀고
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