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
서울 그리고 겨울 / 이수명 본문
어디서 주워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돌 하나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다.
빛을 들이고
오후 내내 집에 있는 날은 돌을 센다.
하나밖에 없는데
하나 둘 셋 넷, 다시 처음부터 하나 둘 셋 넷,
쓰지 않는 형형색색의 펜들이 펜 통에 가득 꽂혀 있다.
잉크가 말라 나오지 않는 펜을 쓰레기통에 던진다.
하나 둘 셋, 그러다 네 번째 펜은 쓰레기통 옆으로 떨어진다.
통 안으로 떨어져도 밖으로 떨어져도 던지기는 계속된다.
빛이 더 퍼져 나가면
펜들이 자꾸 통 밖으로 날아가 떨어지면
집이 조금씩 부서질 것이다.
집은 실제로 움직이지도 않고 부서진다.
밖에는 날카로운 고양이 울음소리
대낮이 한 번에 으스러진 듯이 고양이가 울고 있다.
너는 돌 같은 것이 몸속에 생겼다고 말한다.
돌이 몸속을 돌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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