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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 진은영 본문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 진은영

홍제 2023. 4. 4. 11:06

  봄, 놀라서 뒷걸음질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ㅡ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혁명

  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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