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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

유빙 / 신철규 본문

유빙 / 신철규

홍제 2023. 4. 25. 13:43

  입김으로 뜨거운 음식을 식힐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언 손을 녹일 수도 있다

 

  눈물 속에 한 사람을 수몰시킬 수도 있고

  눈물 한 방울이 그를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

 

  당신은 시계 방향으로,

  나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커피잔을 젓는다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우리는 마지막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못했다

  점점,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갔다

  입김과 눈물로 만든

 

  유리창 너머에서 한 쌍의 연인이 서로에게 눈가루를 뿌리고 눈을 뭉쳐 던진다

  양팔을 펴고 눈밭을 달린다

 

  꽃다발 같은 회오리바람이 불어오고 백사장에 눈이 내린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하얀 모래알

  우리는 나선을 그리며 비상한다

 

  공중에 펄럭이는 돛

  새하얀 커튼

  해변의 물거품

 

  시계탑에 총을 쏘고

  손목시계를 구두 뒤축으로 으깨어버린다고 해도

  우리는

  최초의 입맞춤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나는 시계 방향으로

  당신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우리는 천천히 각자의 소용돌이 속으로

  다른 속도로 떠내려가는 유빙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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