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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

눈물의 중력 / 신철규 본문

눈물의 중력 / 신철규

홍제 2023. 6. 19. 13:54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안으로 말아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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