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
생일 축하해 - 구유에게 / 백은선 본문
초침이
두근거리는 소리
나는 어두운 식탁에 앉아
듣고 있었어
칫칫칫
쯧쯧쯧 그렇게 들려
고양이를 두고 온 사람에 대한
백 년 전의 소설을 읽었어
고양이를 둔 자리에 며칠 뒤
고양이를 찾으러 다시 갔는데
고양이가 없어서
우는 사람
생명을 이해 못해서
바보다 바보
나는 비웃으면서 읽었는데
이곳과 그곳의 시간은 다르게 읽히고
다르게 흐르니까 심장은
돌 속에 안전하고
계단도 없이 높아지고
백 년 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대
심장을 돌 속에 둔 채
먼길을 걸어갔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소녀의 손에는 작은 보따리가 들려 있었고
그 안에는 몇 통의 편지와 마른 꽃
새벽에 깨면 계속 이야기를 읽었는데
고양이는 사실 고양이가 아니라는 걸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버려서
반복해 읽기 시작한 뒤로
영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
물고기 안녕
마침내 도착한 곳은
커다란 손
털이 난 손
굴뚝에서는 쉴새없이 연기가 피어올랐는데
멀리서 보면 물음표 같아서
높아지는 것에 골똘해졌어
생성의 비밀을 다 깨달으면
다음은 파괴일까
상자가 덜컹일 때마다
우수수 쏟아지던 날개들
소녀가 노파가 되고
땅에 묻혀
마침내 물고기가 되는 날
고양이는 돌아올 거래
그런데 있잖아,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
중얼거리는 동안
이곳과 저곳이 비껴가며
찢긴 편지가
공중에 흩날리는 동안
시계는 째깍거리지
칫칫 칫칫
마치 끝을 아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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