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홍제

생일 축하해 - 구유에게 / 백은선 본문

생일 축하해 - 구유에게 / 백은선

홍제 2023. 7. 16. 22:47

  초침이

  두근거리는 소리

  나는 어두운 식탁에 앉아

  듣고 있었어

 

  칫칫칫

  쯧쯧쯧 그렇게 들려

 

  고양이를 두고 온 사람에 대한

  백 년 전의 소설을 읽었어

  고양이를 둔 자리에 며칠 뒤

  고양이를 찾으러 다시 갔는데

  고양이가 없어서

  우는 사람

 

  생명을 이해 못해서

  바보다 바보

  나는 비웃으면서 읽었는데

 

  이곳과 그곳의 시간은 다르게 읽히고

  다르게 흐르니까 심장은

  돌 속에 안전하고

  계단도 없이 높아지고

 

  백 년 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대

  심장을 돌 속에 둔 채

  먼길을 걸어갔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소녀의 손에는 작은 보따리가 들려 있었고

  그 안에는 몇 통의 편지와 마른 꽃

  

  새벽에 깨면 계속 이야기를 읽었는데

  고양이는 사실 고양이가 아니라는 걸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버려서

 

  반복해 읽기 시작한 뒤로

  영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

  물고기 안녕

 

  마침내 도착한 곳은

  커다란 손

  털이 난 손

 

  굴뚝에서는 쉴새없이 연기가 피어올랐는데

  멀리서 보면 물음표 같아서

  높아지는 것에 골똘해졌어

  

  생성의 비밀을 다 깨달으면

  다음은 파괴일까

  상자가 덜컹일 때마다

  우수수 쏟아지던 날개들

 

  소녀가 노파가 되고

  땅에 묻혀

  마침내 물고기가 되는 날

  고양이는 돌아올 거래

 

  그런데 있잖아,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

  중얼거리는 동안

 

  이곳과 저곳이 비껴가며

  찢긴 편지가

  공중에 흩날리는 동안

 

  시계는 째깍거리지

  칫칫 칫칫

  마치 끝을 아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