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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

누런 해 / 이준규 본문

누런 해 / 이준규

홍제 2023. 2. 14. 10:31

  금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까치

  눈이 흐른다

  나무가 흔든다

  까치를 따라간 검은 두 산책자

  우산도 없이

  바보처럼 하얀 검은 고양이

  나는 너를 죽이고 싶다

  그러나 고양이는 파랗다

  침을 흘리는 조금 열린 구멍

  썩는 고무나무의 찬란한 미래

  월남 아가씨는 예쁘지요

  목포 아가씨는 예쁘지요

  세상의 모든 아가씨는 참 예쁘지요

  연속극처럼 우울한 너

  이를 닦으며 소리 지르는 밤색 손가방

  훌륭하고 우아하고 고상한 웃음의 전장

  나는 술을 마셨다

  나는 영향받고 있었다

  총체적으로

  갈매기살과 가브리살과 네온에 녹는 눈에 일본 활자에 정육점에 찻집에 이발소에 안마에 클럽에 야구방망이에 클럽 데이에 디제이 모모에 야구선수의 엉덩이에 축구선수의 허벅지에 패션모델의 흔들리는 흔들리는 흔들리는 팔뚝에 호프집에 불가능한 희망에 성당에 요통에 절에 교회에 거지에 구세군에 활기를 가장한 청춘에 비겁한 눈의 눈사람 같은 노인들에 배드민턴에 배삼룡에 남진에 멸치와 고추장과 김추자와 정훈희에 소주에 슬픔에 추억에 병든 말에 눈보다 차가운 눈에 실비집에 선술집에 포장마차에 명품관에 다찌에 횡단보도에 하얀 외제 자가용차에 교통순경에 색안경에 주정에 동어반복에 칭얼거림에 거짓 아픔에 척에 짓에 흉내에 발림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에 교복을 입은 남학생에 폭주족에 힙합에 나브라틸로바에 아침의 회사원에 저녁의 회사원에 밤의 회사원에 실업자에 노숙자에 도나 기에 관심있습니까에 저 혹시에 41동이 어디죠에 담배 하나 빌릴 수에 좆까에 이기 팝에 민주노조 우리의 깃발에 우동에 대한민국에 전쟁 반대에 기타를 메고 가는 고독한 록커에 소설에 비올라 소나타에 이소룡에 그 밖에 비틀거리는 커피잔 위의 추락하는 상투적인 타락의 심장의 코끼리 옆의 빵나무 하나 둘 셋 넷 사랑합니다 나눠 먹지요 진심입니다 모종의 모종의 모종의! 진실을 반드시 끝까지 밀고나가야 한다 온몸으로 맥주를 마시며 울지 않고 얘기한다 시의 보이지 않는 전선으로 먼저 갑시다 가자구요 개가 짖는가 나 개 맞아? 다리를 벌린 여자와 다리를 벌린 남자 다리를 벌린 여자와 다리를 벌린 남자 다리를 벌린 여자와 다리를 벌린 남자 다리를 벌린 깊은 강은 멀리 흐르고 나는 오늘도 걷는 나이다 그래 나는 걷는다 너는 걷는다 우리는 걷는다 당신은 걷습니다 당신들은 걷습니다 그들은 걷는다 너는 작나 아니 나는 커 너는 자라나 아니 나는 죽어 그것은 길고 가는가 아니 그건 짧고 굵어 서러운 극장에 갔어요 그 전에 목욕탕에 갔지요 서러워서 플라스틱 권총을 운동장에 버리고 짓밟고 죽을 사람처럼 백수광부처럼 울면서불면서 집에 갔어요 온몸이 가려워요 입에 식칼 문 처녀들이 왜 이렇게 많지요 틱틱틱틱 자꾸 늘어갑니다

  누런 해가 떴어요

  누런 해를 야금야금 먹고 지나가는 돛배가

  지나가지 않아요

  누런 해에 구멍이 숭숭 뚫렸어요

  시체 위에

  거적 위에

  쌀 태우고 탯줄 태우고 애 태운 나머지 위에

  병든 개 위에

  비가 내렸다

  해가 뜨겠지

  싯누런 해가

  자전거를 탄 정지한 뚱뚱한 여자를 따라

  뛰어가다가 넘어져 무릎이 까졌다

  아스팔트 위 나무 그늘 속으로 지금 들어가는 게

  너에게 어울린다

  사복처럼

  그녀는 오줌을 누지요

  맑고 밝고 고운 오줌을

  내일은 죽을 겁니다

  내일은 화려하겠지요

  그녀가 계란말이를 먹여줬어요

  나는 맛있게 먹었답니다

  총각김치도 있었고요

  내일은 조개젓을 먹는 날이랍니다

  영원한 엄마가 오겠지요

  내일은 죽을 거구요

  내일은 화려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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