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
배구와 탁구 / 임지은 본문
배구를 하러 갔을 뿐인데 너를 사랑하게 됐다
어떤 고백은 배구공 같아서
너에게 날아간다
하얀 바탕에 줄이 좀 간 채로
펭귄의 투명 날개가 잔뜩 묻은 채로
고백을 하면 네트의 절반이 날아가 버린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잘못 날아든 공에
손목을 삐끗한 것 같아서
더는 손쓸 수 없고
이건 명백히 지는 게임이지만
애써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너는 잡기 좋은 손을 가졌고
응와 아니요에는 이응이 두 개씩 필요하고
하나씩 나누어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탁구를 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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