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
포프리* / 김연덕 본문
문밖에 너무 많은 삶이 있어
문을 닫았지
안쪽으로 걸어 들어갈수록 나는
내 나라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
창은
완전하고 고전적인 비바람을 차단시키며
꽃집은 반쯤 죽은 채 세로로
깊은 구조를 가진다
파헤쳐진 정원 같은
작업대에는 몇 개의 가위가 있을까
피고 잠들던
각기 다른 공동체 어지로운
토양 사이를 할 수 있는 한 많이 거닐며
소유하는 상처
유리병 속 물이 자연생활의 무겁고
부드러운 소음을
산책하는 어둠을 가둘 수 있을지
놓아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겨울축제 적막처럼
여러 겹으로 두려워지고
조용해지는 다발
시드는 미지는 생활에 강하며
조금씩
섞여 있는 기억들까지 제 나라로 점한다
품에서 벌써
다른 사람 손끝 다른 집
거실을 기다리는
차분히
조각나는 땅
문밖을 나선다
산 채로 내리는 비를 맞는다
줄기들의 구멍으로 어두워진 병을 보고
상처 입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 여러 종류의 꽃을 높낮이 없이 동그랗게 만든 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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