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
뉴타운 / 조용우 본문
삼월의 공원이다
빈 나무에 감긴 크리스마스 전구가 깜빡인다
자기들도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는 듯이
너는 하얀 꽃나무 하나를 본다
여전히 눈이 쏟아지고 있는 삼월의 한밤에 대해 생각하면서
마스크와 목도리를 한 노인이 목줄을 손에 감고
털이 희고 조그마한 개를 따라 걷는다
개는 자꾸 뒤를 돌아본다 노인의 두 눈을 마주하고
웃는 사람처럼 입을 벌리고 지나가는
그늘진 전자에 히잡을 쓴 사람들이 앉아 있다
모두 아이를 품에 안고서
웃고 있는 것 같다 돌아보면
작은 목소리로
하하
하하하 웃는다
너는
전구는 작고
단단한 빛을 태운다고
본다 밤은 얼마나 검은지
얼마나 더 검정일 수 있는지
발밑에서
크고 두툼한 꽃잎 하나
부드럽게 물크러져 가고
우리도 흰 개를 키우게 되겠지?
너는 해 줄 말이 없었고
그건 눈을 상상하지 못할 만큼 희고
네가 손을 대어 보면 아주 미지근하다
마치 살아 있던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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