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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

뉴타운 / 조용우 본문

뉴타운 / 조용우

홍제 2023. 4. 25. 10:21

  삼월의 공원이다

  빈 나무에 감긴 크리스마스 전구가 깜빡인다

  자기들도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는 듯이

 

  너는 하얀 꽃나무 하나를 본다

  여전히 눈이 쏟아지고 있는 삼월의 한밤에 대해 생각하면서

 

  마스크와 목도리를 한 노인이 목줄을 손에 감고

  털이 희고 조그마한 개를 따라 걷는다

 

  개는 자꾸 뒤를 돌아본다 노인의 두 눈을 마주하고

  웃는 사람처럼 입을 벌리고 지나가는

 

  그늘진 전자에 히잡을 쓴 사람들이 앉아 있다

  모두 아이를 품에 안고서

  웃고 있는 것 같다 돌아보면

  작은 목소리로

  하하

  하하하 웃는다

 

  너는

  전구는 작고

  단단한 빛을 태운다고

  본다 밤은 얼마나 검은지

  얼마나 더 검정일 수 있는지

 

  발밑에서

  크고 두툼한 꽃잎 하나

  부드럽게 물크러져 가고

 

  우리도 흰 개를 키우게 되겠지?

 

  너는 해 줄 말이 없었고

 

  그건 눈을 상상하지 못할 만큼 희고

  네가 손을 대어 보면 아주 미지근하다

  마치 살아 있던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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