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따로 또 함께 울고 있었다 본문
"아저씨, 여기가 어디예요? 어딜 가는 거예요? 왜 이 버스가 자유로를 타고 있어요?"
급하게 하차 벨을 누르고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당장 세워달라고 외쳤다. 이봐요, 벨 눌렀잖아요. 이렇게 불이 들어왔잖아요. 내려주세요. 지금 이 시간에 돌아갈 버스도 없고 택시비도 없어요. 아저씨가 내줄 거 아니잖아요. 무슨 짓이에요, 왜 다른 사람한테 피해 줘요? 대중교통이 왜 대중을 위하지 않아? 이봐요 아저씨, 내가 고객이에요. 고객을 소중히 하라고요. 그러나 버스 기사는 묵묵부답으로 나를 더 당황하게 했다. 그는 운전대를 꽉 잡고서 계속 정면을 주시하고만 있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손님, 자리에 앉아요."
나는 더 크게 소리쳤다.
"세우라고요, 당장 세워요. 뭐예요, 내 말 안 들려요? 그런데 아저씨, 표정이 왜 그래요? 지금 울어요?"
내가 묻자 그는 참지 못하고 서럽게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울면서 소리쳤다.
"좀 앉아요! 날 좀 가만 내버려두고 제발 저기 가서 앉으라고!"
아무도 가보지 못한 노선으로 버스는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맨 뒷자리에 앉아서 기사 아저씨의 울음소리인지, 엔진 소리인지 모를 소음을 들었다. 좀처럼 그칠 생각도 없고 돌아갈 생각도 없이……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슬프게 만드는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나는 또 연희가 보고 싶어졌다. 버스 안에는 아저씨와 나 둘뿐이고,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따로 또 함께 울고 있었다.
임현, 「이해 없이 당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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