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
선물 / 신해욱 본문
기척이 났다. 누구지?
내 손을 뒤로 모아 그는 노끈으로 묶는다.
종이상자를 접어
나의 무릎 위에 가만히 올려놓는다.
나는 눈을 크게 뜬다.
내가 잃었던 생각의 자유들이
전부 여기에서 흘러넘치고 있구나.
날이 추우면 고드름이 되겠구나.
그러다가 날이 풀리면
나는 손이 끈적해지겠구나.
또 하나의 종이상자를 접어
그는 내 손에 쥐여준다.
아.
나는 이렇게 탄성을 흘리고 싶구나.
자정이 되기 전에 옷을 벗고
상자 속에 웅크리고 싶구나.
종이상자를 종이상자로 덮어
리본을 묶는 법을 그는 나의 등에 적어준다.
노끈을 풀어준다.
그의 뜻이 찌르르 나에게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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