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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 / 이근화 본문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 / 이근화

홍제 2024. 1. 5. 17:19

 사람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넸어

 일월 일일 영시 세계 각국의 인사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순차적으로

 이 지구를 돌고 있겠지

 그래 그 말이야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

 그래서 그걸 축복하고

 당신의 살아 있음을 내가 안다는 거

 지금 우리가

 

 놀랍게도

 이백번을 말한다 해도

 자연의 속도로

 조금씩 늙어가겠지

 벌을 서듯 잠을 자는데

 겨드랑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들

 이미 죽은 네가

 새해 인사를 건넨다

 이미 죽은 내가

 새해 국수를 먹는다

 

 자라다가 만 손톱

 가는 머리

 더이상 살찌지 않는 몸

 나도 나를 새롭게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원 계단에 술 취해 쓰러져 자는 남자의

 검은 외투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조용하게 잠을 자고

 살을 부비고

 새해를 낳아주고 싶다

 버석버석 일어나 길고 긴 하품을 하고 싶다

 향긋한 입속에서 태어날 내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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