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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hange / 신해욱 본문
맞아. 우리는 사실
흥정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거다.
내가 가진 동전은 셀 때마다 액수가 달라진다.
네가 건네는 지폐는 살아 있는 잎사귀처럼 우수수 흩어진다.
귀가 백 개쯤 달린 중개인은 이 귀에서 저 귀로
다시 저 귀로
전화를 건다. 나를 본다. 너를 본다. 차액이 넘친다.
마음이 탄다. 그러나 나의 맥박이
너의 심장에 맞춰 빨라질 수는 없다.
면목이 없다. 그러나 너의 얼굴 위에
나의 이목구비를 그려 넣을 수는 없다.
우리는 성분이 다르니까
멋대로 바꿔치기를 할 수 없으니까
깎을 수 있을 만큼 깎아내고
더 이상 어쩔 수 없이 가장 소중한
것만이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남을 때까지
돈냄새에 찌든 빈손이 될 때까지
아낌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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