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
쥐 / 유계영 본문
방안의 불을 다 켜 두었는데 어두워
나는 스케치북 오른쪽 가장자리에만
태양을 그리는 습관이 있지
아무리 닦아 놓아도 저무는 창문
내일의 태양은 장롱 속에서 검은 상자를 뒤집어쓰고 있다
나의 모자는 빛나는 모서리를 가졌네
투명해질 때까지
입안에 든 젤리를 굴리며 밖을 살핀다
의자는
젖은 수건을 두른 어깨처럼 비어 있다 직사광선이 자신의 무릎을 끌어안고 구부러진다 창밖의 아이들이 공깃돌의 뚜껑을 열고 모래를 채운다 그들의 허밍엔 ㅈ발음이 가장 흔하다 오른쪽으로 돌아누웠더니
사라지지 않는 왼쪽 귀를 얻게 되었어
신발에 맞는 발을 고르러 나간 언니는
돌아오지 않고
의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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