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
물속 수도원 / 안희연 본문
기도는
기도라고 생각하는 순간 흩어진다
나는 물가에 앉아
짐승이라는 말을 오래 생각했는데
저녁은 죽은 개를 끌고 물속으로 사라지고
목줄에는 그림자만 묶여 있다
개보다 더 개인 것처럼 묶여 있다
그림자의 목덜미를 만지며 물속을 본다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그 끝엔 낮은 입구를 가진 집
물의 핏줄 같은 골목을 따라 모두들 한곳으로 가고 있다
마음껏 타오르는 색들, 오로라, 죽은 개
나는 그림자에 대고 너는 죽은 것이라고 말한다
물 위에 드리워진 나뭇가지
얼굴은 수초로 가득한 어항 같아
나는 땅에 작은 집을 그리고
그 안에 말없이 누워본다
이마를 짚으면 이마가 거기 있듯이
이마를 짚지 않아도 이마가 거기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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