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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

물속 수도원 / 안희연 본문

물속 수도원 / 안희연

홍제 2024. 2. 1. 16:08

 기도는

 기도라고 생각하는 순간 흩어진다

 

 나는 물가에 앉아

 짐승이라는 말을 오래 생각했는데

 

 저녁은 죽은 개를 끌고 물속으로 사라지고

 목줄에는 그림자만 묶여 있다

 개보다 더 개인 것처럼 묶여 있다

 

 그림자의 목덜미를 만지며 물속을 본다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그 끝엔 낮은 입구를 가진 집

 물의 핏줄 같은 골목을 따라 모두들 한곳으로 가고 있다

 

  마음껏 타오르는 색들, 오로라, 죽은 개

  나는 그림자에 대고 너는 죽은 것이라고 말한다

 

  물 위에 드리워진 나뭇가지

  얼굴은 수초로 가득한 어항 같아

 

  나는 땅에 작은 집을 그리고

  그 안에 말없이 누워본다

 

  이마를 짚으면 이마가 거기 있듯이

  이마를 짚지 않아도 이마가 거기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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