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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전망대행 / 손유미 본문
평화전망대에 가기로 했다.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약속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했다. 대합실에 앉아 기다렸다.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기다림을 맡기며 기다리는데 맞은편에 앉아 우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여자가 울며 다가왔다.
우는 여자가 울며 우리를 따라다녔다.
버스도 택시도 우리를 태워주지 않네. 하는 수 없이 조금 걷는데 우는 여자가 울며 손을 흔들자 승용차 한대가 멈춰섰다. 울적해 보이는 운전자가 우리를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우는 여자가 조수석에 앉아 울며 잤다. 울적해 보였던 운전자는 교통방송을 들으며 차선을 이리저리 바꿨다. 운전을 정말 잘해서 아무도 깨지 않았다.
평화전망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분증 검사를 하고 표를 끊어야 했다. 매표소 직원이 평화와 맞먹는 담보가 있느냐고 물었다. 운전자가 잠시 차 안을 살펴봤고 · · · · · · 잠시 후 울적해 보이기도 했던 운전자는 눈물만큼 부드럽게 우리를 내려주고 왔던 길로 돌아갔다.
평화전망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우는 여자가 여전히 울며 따라왔다.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사진사가 웃으세요! 할 때마다 우는 여자가 더 크게 울어버렸다. 학생들이 동요했다. 대형이 흐트러지면서 선생님과 사진사가 동요했고 우리는 당황했다. 학생 몇이 따라 울었고 그런 학생들을 보며 어떤 학생은 웃었다. 몇몇 공간이 따라 울고 어떤 시간은 웃는 것처럼. 누구도 더는 웃으라고 말하지 않자 천천히 잠잠해졌다. 그때다 싶은 사진사는 빠르게
후에 사진에는 벙쪄 있는 학생들과 시공간이 그리고 그 뒤로 · · · · · ·
학생들이 떠나자 계단의 실체가 드러났다. 무엇을 누적하고 무엇을 반복하면 이다지도 가파를까.
평화전망대에 올랐다. 망원경에 오백원을 넣고 우리는 잠시 각자의 평화를 바라봤다.
나는 잠시 혼자일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오자 한때 울며 다녔던 운전자가 울던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고 둘은 한 차를 타고 떠났다. 어쩐지 우리도 이제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다시 터미널에 가야 했다. 맡겨둔 기다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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