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
신발을 신는 일 / 이장욱 본문
나에게는 햇빛을 가리던 손차양과
손등에 고였다가 사라진 햇빛 같은 것이 있었는데
손가락을 신발 뒤축에 넣어 잘 신고
발끝을 탁탁 바닥에 부딪쳐도 보고
제대로 신었구나,
생각하는 것인데
아직 신발 속에 무엇이 있다.
자꾸 커지는 무엇이.
나와 함께 이동하는
내가 아닌
전 세계를 콕콕
찌르는
뾰족한 돌인가? 죽은 친구일 거야. 적이다. 아니
내가 한 말인가.
우리는 함께 걸어 다녔다.
그것은 이물질이었다가
나의 주인이었다가
차가운 생활이 되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자고 잘 걸어 다니고 낯선 사람들을 만났는데 드디어
손가락을 들어 어디를 가리켰다. 목적지인가? 옛사랑인가? 오늘의 약속이라든가 사망시각
어쩌면
한 걸음 떨어진 곳
나는 그리로 걸어갔다.
그런데 왜 당신은 다리를 저십니까?
길에서 누가 물어왔다.
그의 눈과 코와 입이 영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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