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
건강과 직업 / 임지은 본문
몸무게를 앞에 두고 헬스 트레이너가 묻는다 하시는 일이 뭡니까? 시를 씁니다 직업이 시인이세요? 시인은 직업이 아니라 상태입니다 머릿속에서 단어들이 불법 주차를 한 상태, 뜨거운 문장을 들어 올려야 하는데 냄비 손잡이가 다 타버린 상태, 하자니 괴롭고 안 하자니 더 괴로워서 치과 진료를 미루는 사람처럼 영혼의 치아 하나가 덜렁거리는 상태, 헬스 트레이너는 볼펜 끝을 살짝 깨문다 운동이 꼭 필요한 상태, 라고 적는다 아침 식사로는 무얼 드시죠? 나는 시인이 된 이후로 이보다 구체적이고 은유적인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날그날 떠오르는 밥과 반찬을 먹습니다 그는 골고루 먹는 편이라고 적는다 자신도 모르는 새 비유한다 생각의 관절이 부드러워지면 그는 펜을 들지 않아도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스쾃, 벤치 프레스, 데드 리프트, 스쾃, 숄더 프레서, 데드 리프트 그가 하는 움직임은 시가 된다 플랭크, 플랭크! 포기를 모르는 그의 문장은 지구력이 뛰어나다 빠지지 말고 꼭 나오세요 묘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호흡으로 가득 찬 방을 빠져나가며 트레이너는 시인이란 상태는 여러모로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막 한 편의 시를 완성한 그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호자 / 김행숙 (0) | 2023.02.16 |
---|---|
춤추는 언니들, 추는 수밖에 / 황병승 (0) | 2023.02.15 |
배구와 탁구 / 임지은 (0) | 2023.02.14 |
원경 / 이혜미 (0) | 2023.02.14 |
누런 해 / 이준규 (0) | 2023.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