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
실공 / 성다영 본문
빈 나무를 올려다보며 누군가 말한다
잎이 왜 떨어지는지 알아요?
열매가 익으면 잎은 쓸모없기 때문이오
사람의 인과성은 습관적이다
시간만 있으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어 남자가 말하자 강아지가 고개를 한쪽으로 약간 기울인다
오디야, 이해하고 싶어?
오디의 이빨은 쌀알처럼 작고 쌀알처럼 강하다
단단하게 뭉쳐 있는 실공을 흐트러트린다
쉽게 부러지지 않는 나무토막도 씹어서 없앤다
이유 없이 사람을 물지 않는다
강아지라는 이유로 겁주는 사람은 물 것이다
그의 다리나 손가락을 세게
바람이 불지 않아도 가지가 움직인다
살아 있는 나무는 더 살아 있는 것 같고
더 살아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해도
몸을 기울인다
오디의 장난감에서 나온 실이 내 양말이나 가방에 붙어 있다
나는 몸에 붙은 실을 떼어내지 않는다
그것은 어디든지 간다
동네 카페와 제주도
내 꿈에도
새가 날아와 내려앉거나 올라앉는다
그것을 지켜보는 동안 강아지가 새가 있는 곳으로 크게 뛴다
나는 줄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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