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
양양 / 전욱진 본문
우리 여기 또 오자
그래, 그러자
그런 다짐에 언젠가
이 자리에 있었을 것입니다
저기 둘은 그 약속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내가 할 염려는 아니지만
풋내기 서퍼들이 자기한테
알맞은 파도를 고르는 동안
모래 위 맨발인 나는 여전히
발아래를 걱정하며 걷습니다
기대를 저버린 날씨는 더욱
궂어져만 가고
결국 비가 올 것입니다
흐린 바다는 흐린 대로 좋네
그때의 내 대답을 궁리해보다가
어린애가 짓고 부순 저 모래성이
내가 아닐 리 없듯이
끝도 없이 들어오는 저 겹물결이
네가 아닐 리 없다고
들키기를 바라는 혼잣말도 생깁니다
아까 먹은 막국수 진짜 맛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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